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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

토플 스피킹은 노트 적는 칸을 미리 만들어 두면 삽니다

자두 · 발행 · 최종 검토 · 약 10분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종이에 가로줄을 몇 개 긋습니다. 줄 몇 개가 전부입니다. 그다음부터 손이 하는 일은 받아쓰기가 아닙니다. 미리 그어 둔 칸을 채우는 일입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펜은 내내 움직이는데 정작 말할 때 꺼낼 것이 남지 않습니다.

손이 빠를수록 남는 게 없습니다

들으면서 문장을 적으면 한 문장을 적는 동안 다음 문장이 지나가고, 놓친 부분을 메우려고 다시 손을 대면 그다음도 놓칩니다. 노트가 길어질수록 말할 때 쓸 것이 줄어드는 역설이 여기서 생깁니다. 빼곡한 노트에서 뼈대를 찾으려면 다시 읽어야 하는데, 말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는 다시 읽을 여유가 없습니다.

말하기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강의의 문장이 아니라 강의의 뼈대입니다. 무엇을 주장했고 그것을 어떤 사례 둘로 받쳤는지,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문장은 입에서 만들어집니다. 사례의 세부를 잔뜩 적어 두면 오히려 첫 문장부터 못 엽니다. 사례는 무엇의 사례인지가 있어야 사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빈 종이를 앞에 두고 들으면 무엇을 적을지 고르는 데 먼저 시간이 나갑니다. 칸이 그려져 있으면 그 판단이 통째로 사라져서, 들리는 것이 어느 칸에 들어갈지만 정하면 되고 어느 칸에도 안 들어가면 적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듣기 전에 그려 두는 칸

강의를 듣고 요약해 말하는 자리라면 칸은 다섯입니다.

칸들어가는 것비어 있으면
주제강의가 다루는 것, 한두 낱말첫 문장을 열지 못한다
주장화자가 세운 한 줄사례만 나열하다 끝난다
사례 1상황 이름과 결과주장이 공중에 뜬다
사례 2첫 사례와 다른 축같은 말을 두 번 하게 된다
마무리두 사례가 함께 보여 주는 것문장이 끊긴 채 끝난다

학생이 겪는 곤란과 그에 대한 제안이 오가는 대화라면 칸이 달라집니다. 제안이 둘 나오면 갈래도 둘로 벌려 둡니다.

칸들어가는 것
문제학생이 곤란한 한 가지
갈래 1제안 한 줄 + 걸림돌 한 줄
갈래 2제안 한 줄 + 걸림돌 한 줄
내 선택고른 쪽과 이유 한 줄

칸 안에는 이렇게 적습니다.

적는 법예
화살표로 방향→ 그래서, ← 왜냐하면, ↑ 늘어남, ↓ 줄어듦
기호로 관계= 같다, ≠ 다르다, > 더 크다, + 게다가
모음을 뺀 자음bldg, mgmt, dvlpmnt, rsrch
첫 글자P 화자, S 학생, ex 사례, prb 문제

적지 않는 것도 정해 둡니다. 관사(a, the), 전치사(in, on, of), be동사, 사례를 꾸미는 형용사는 말할 때 입이 알아서 붙이는 것들이라, 노트에서는 전부 뺍니다.

빼지 않는 것도 하나 있습니다. 동사입니다. 동사가 빠진 노트는 명사 목록이 되고, 명사 목록에서는 문장이 나오지 않습니다. traffic noise / birds / dawn 만 적혀 있으면 셋을 어떻게 잇겠다는 것인지 나중에 알 수 없습니다.

도시 새 강의를 칸에 넣어 보면

도시에 사는 새들이 숲에 사는 같은 종보다 이른 시간에 노래한다는 강의를 들었다고 하겠습니다. 노트는 이만큼입니다.

주제    urban birds / song timing
주장    traffic noise → sing earlier
ex1     robins nr highway, sing b4 dawn ≠ forest robins
ex2     streets quiet at night → song carries ↑
마무리  shift = way around noise, not new song

여기서 말이 나옵니다.

  • The lecture is about why city birds start singing earlier than birds in forests.
  • The professor says that traffic noise pushes their singing into the quiet hours of early morning.
  • For example, robins near a highway began singing before dawn, while forest robins did not.
  • He adds that the streets go quiet at night, so their songs carry much farther.
  • So the change is in the timing, not in the song itself.

노트의 nr 이 near a highway 가 되고 b4 가 before dawn 이 됩니다. 노트에 없던 관사와 전치사는 입에서 붙고, ≠ 는 while 한 단어로 풀렸습니다.

시제도 노트에는 없지만 입으로는 갈라집니다. 강의를 소개하는 동사는 현재로 두고(says, adds), 사례 안에서 벌어진 일은 과거로 둡니다(began, did not). 이 두 층을 섞으면 듣는 사람이 어디까지가 강의 내용이고 어디부터가 사례인지 놓칩니다.

다섯 문장 모두 열다섯 단어 안팎입니다. 그보다 길어지면 말하다가 문장 앞부분을 잊고, 잊으면 문장이 중간에서 끊깁니다. 노트가 짧아야 하는 이유와 문장이 짧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로 겹칩니다.

노트가 소용없어지는 세 가지 경우

사례는 적었는데 무엇의 사례인지 없습니다

주장 칸이 비면 사례 두 개가 서로 무관해 보입니다. 노트에는 robins 와 night streets 가 남아 있는데 둘을 잇는 문장이 없으니, 말할 때 사례 두 개를 그냥 이어 붙이게 됩니다. 주장이 강의 앞머리에 안 나오면 사례를 적다가 화살표를 위로 그어 주장 칸을 나중에 채우면 되는데, 칸이 그려져 있으니 올려 쓸 자리는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노트를 그대로 읽습니다

traffic noise sing earlier 를 그대로 소리 내면 문장이 아닙니다. 관사도 시제도 주어도 없습니다. 그런데 노트를 보며 말하면 적힌 순서대로 입이 따라가기 쉬워서, 칸마다 문장을 여는 표현을 미리 정해 두면 이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주장 칸을 볼 때는 항상 The professor says that 으로 열기로 정해 두는 식입니다.

칸을 채우다 마무리를 놓칩니다

사례 둘을 자세히 적느라 마지막 칸이 비면 말이 사례 두 개로 끝나 버립니다. 마무리는 강의 끝에 새로 듣는 것이 아니라 주장 칸을 한 번 더 쓰는 것에 가까워서, 사례를 적는 동안에도 마지막 칸은 얼마든지 채워 둘 수 있습니다.

칸을 문장으로 바꾸는 말

노트의 칸입으로 옮기는 말
주제The lecture is about ... / The professor explains how ...
주장His main point is that ... / She argues that ...
사례 1로 넘어감To show this, he describes ... / For example, ...
사례 2로 넘어감The second case works differently. / He then turns to ...
두 사례를 대비while ... / whereas ... / unlike the first one, ...
마무리So both cases show that ... / That is why ...
문제The student's problem is that ...
갈래와 걸림돌One option is to ... , but ... / The other is to ... , though ...
내 선택I would go with the second one, because ...

이 표를 외우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칸마다 문장을 여는 방식이 하나씩 정해져 있으면, 노트를 보는 순간 다음 문장은 이미 시작돼 있습니다. 고를 것이 없어야 말이 끊기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노트를 한국어로 적어도 되나요?
칸 이름은 한국어여도 상관없지만 칸 안은 영어 낱말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한국어로 적으면 말할 때 번역을 한 번 더 거치게 되고 그 사이에 문장이 끊깁니다.
칸을 다 못 채웠으면 어떻게 하나요?
빈 칸을 억지로 메우지 말고 채워진 칸에서 문장을 만듭니다. 사례가 하나만 남았어도 그 하나를 끝까지 말하는 편이 둘을 흐리게 말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약어를 많이 만들면 헷갈리지 않나요?
열 개 안팎으로 고정하고 바꾸지 않으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날그날 새 약어를 만드는 것이 문제이지 약어의 개수가 문제는 아닙니다.
노트를 그대로 읽으면 안 되나요?
노트는 문장이 아니라 뼈대라서 그대로 소리 내면 관사와 시제가 빠진 채 나갑니다. 칸마다 어떤 표현으로 문장을 열지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례가 셋 이상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칸은 둘로 두고 나머지는 첫 사례 아래에 짧게 붙입니다. 칸을 늘리면 모두 짧아져서 어느 것도 문장으로 되살리기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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